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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운동과 허벅지 근육취미/철인 2021. 3. 6. 23:23
"자전거 샀어? 빨리 사서 같이 타자?"
만날 때 마다 후배가 물었다. 아내 핑계로 1년 동안 무시했다. 타고 싶었다. 무엇보다 로드 자전거가 생각보다 비쌌다. 자전거 이름 앞에 로드가 붙어 이상했다. 로드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앞뒤 바퀴가 얇아, 포장된 도로에서만 잘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라고 한다. 요즘엔 한강 변에서 흔하게 본다. 예전부터 사고 싶었지만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나에게는 사치품이다. 1년을 기다리고 설득. 드디어 아내가 허락했다.
엔트리급 로드 자전거다. 처음 시작하는 초보에게 비싼 자전거는 필요 없었다. 주변에선 2~3년 후 실력이 올라가면 좀 더 고급 자전거로 바꾸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왕 사는 거 처음부터 비싼 자전거를 사라고 했다. 믿지 않았다. 값 싼 자전거로 잘 타고 싶었다. 내 체력을 믿었다. 구동계도 디자인도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한테 맞는 사이즈가 매장에 한대 밖에 없었다. 3개월 할부로 긁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제 나도 라이더다.
자전거는 평생 소유한 적이 한번도 없다. 80년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탔다. 15년 전 일본에서는 회사 출퇴근 용으로 손잡이 앞 큰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1년 타봤다. 나름 운동은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로드 자전거는 느낌이 다르다. 그냥 무작정 페달만 돌리면 금방 지친다. 잠실에서 두물머리까지 왕복으로 다녀오려면 휴식 시간 포함해서 넉넉하게 4시간 이상은 타야 한다. 처음 1시간을 친구들 페이스에 맞춰 힘들여 타면, 나머지 시간은 지쳐 처음 속도로 절대 탈 수 없다. 바로 뒤쳐진다. 한번 뒤쳐지면 혼자 낙오된다. 앞에 간 친구들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 물어보면 30분은 나를 기다렸다.
더 잘 타고 싶었다. 온라인 카페에서 방법을 찾았다. 수소문 끝에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까지 했던 국내 사이클 1인자 박선호를 찾아 갔다. 한국 신기록 보유자다. 자전거만 사면 준비가 다 끝나는 줄 알았지만, 상의 하의 신발 헬멧 장갑 물통 등 준비물이 많았다. 물통과 집에서 입는 헬스 운동복을 입고 강습에 참여 했다. 나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의 자전거는 기본 500만원이 넘는 자전거 처럼 보였다. 선생님 자전거는 1000만원이 넘는 놈이다. 옷차림도 모두 깔끔한 사이클복 차림이다. 나만 헬스장 운동복으로 왔다. 창피했지만 초보라고 둘러댔다. 첫 훈련은 평로라(Rollers) 연습이다. 롤러 2개가 자전거 앞뒤 바퀴 위치에 놓여 그 위에서 자전거를 탄다. 페달을 돌려도 롤러가 돌아가기 때문에 자전거는 움직이지 않는다. 초보자가 자전거와 상체 균형 잡기 연습하기에 좋다. 한팔로 핸들 잡기, 물통의 물 마시면서 타기 등 연습을 했다. 처음 평로라 타는 사람들은 균형을 잡지도 못해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도 있다. 난 바로 한번에 올라 탔다.
자전거 페달은 밟는 게 전부 인 줄 알았는데, 사이클 선수들은 페달을 누르고 끌어 올린다. 클릿 슈즈(자전거 페달과 붙어 있는 신발)를 신고 페달을 밟고 올리고 360도 원심력을 사용해 힘 안 들이고 페달을 돌린다. 강습 때는 클릿슈스가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그냥 외웠다. '페달은 누르지 말고 밀고 땡긴다'. 너무 초보 였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케이던스 수치'나 '페이스 조절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딴 세상 이야기였다.
대충 방법을 알았다. 혼자 타면서 연습을 했다. 옷을 갈아입으며 머리속으로 라이딩 장소를 찾는다. 보통은 난지 한강공원이나 북악산으로 향한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화창한 날. 라이딩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좋다. 북악팔각정까지 높은 업힐은 매번 올라갈 때마다 힘들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모습은 항상 봐도 새롭다. 가끔은 한번으로 만족하지 못해 내려왔다가 다시 정상까지 올라간다. 아직 3번 왕복이 최고지만 즐기는 이들은 10번까지 쉬지 않고 팔각정 정상을 왕복하는 이들도 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가끔은 따릉이를 타고 올라가는 이들도 본다. 천하무적이다. 따릉이는 기어가 3단이다. 로드 자전거는 보통 6~7단 기어다. 업힐을 올라갈 때 기어를 풀어두고 정말 힘든 곳에서 아껴둔 마지막 기어를 사용한다. 따릉이는 이게 불가능하다. 3단 기어를 다 풀어도 페달 돌리기가 어렵다. 일반 자전거의 특성 상 바퀴도 로드 대비 두껍다. 보통 따릉이로 올라오는 분들은 중간 지점에서 한 두번 쉰다. 한번에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언덕이다. '맘 먹고 따릉이로 허벅지를 훈련하시는 분들 이실까?' 궁금하다.
실험하고 싶었다. "비싼 자전거가 정말 빠를까? 내 싸구려 자전거는 얼마나 느린가?" 자전거는 허벅지 힘으로 탄다는 데 정확히 알고 싶었다. 친구 자전거는 중형차 가격인 2000만원이 넘는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본체는 카본이라 손가락 하나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완성품이 아니라 구동계, 타이어, 안장을 모두 조립했다. 길가에 비싼 수입차가 지나가면 한번 씩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는 그런 고가 자전거다. 내꺼는 70만원짜리 엔트리 자전거로 알루미늄에 무겁고 구동계도 가장 싸구려다. 자전거 샵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싼 자전거와 가장 비싼 자전거의 대결이다.
트라이슬론 경기는 수영 1.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를 한번에 완주하는 경기다. 수영과 달리기 실력이 비슷한 친구와 경기에 출전했다. 자전거가 40km로 가장 거리도 길다. 대부분 자전거에서 선두와 차이가 벌어진다. 수영은 비슷하게 들어왔다. 자전거에서 뒤지긴 했지만 10분 정도 늦게 들어 온 듯 했고, 마지막 런에서 기존 페이스를 유지하고 완주했다. 2시간 50분대 후반. 친구는 2시간 40분대 초반이다. 전체 기록 기준으로 10여분 차이다. 자전거 가격은 약 30배 차이 났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기록 상 10분 차이는 크다. 하지만 약 30배 돈 더 내고 기록을 줄인다고 하면 난 내 자전거로 계속 타겠다.
자전거는 허벅지 근육으로 탄다. 비싼 자전거가 무조건 빠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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